이영섭작가 개인전 시간을 머금은 순수 2016. 5. 4 - 6. 15 작가노트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정서적 배경이나 문학을 대하면서 알아왔던 감성이나 사상들을 조각이라는 언어로 자연스럽게 제 삶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인위적인 조각보다는 저의 일상생활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작품이라야 오랫동안 사랑받고 감동을 주지 않을까요? 발굴작업을 하면서 시간성을 접합시키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요즘 있는 걸 아주 오래된 흔적으로, 아니면 옛 흔적을 지금의 조각 재료로 사용하면서 시간의 간격을 두는 게 아니라 시간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나무나 돌이나 쇠로 매끈하게 잘 만드는 작품을 조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작가가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의 철학을 조형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조각이지요. 처음 조각에 입문할 때는 잘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었지만 지금은 울림이 있는 조형언어를 만드는데 집중합니다. 울림이 있어야 감동이 있거든요. - 작가가 작품을 위해 혼신을 다해 사는 것은 당연하지만 작업 세계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 하더라도 세상과 소통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예술은 낯선 것으로부터 시작하지만 결국 세상과 나누고 소통할 때 공감이 생기고 더불어 자기만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여백은 단순히 빈공간이 아닙니다. 조각에서의 여백은 형태를 일부러 뭉그러뜨림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 부분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조각에서의 여백의 미입니다. 우리나라 회화에서 나온 기법과 마찬가지이지요. 서양은 인물화를 그릴 때 명암처리를 통해 입체화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평면으로 처리해서 여백을 살립니다. 조각에서도 튀어나온 부분만 살짝 강조하고 들어간 부분을 흐리게 처리하는 기법을 통해 여백의 미를 실현할 수 있지요. 이것은 고려시대의 마애불이나 조선시대 백자에서도 많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여백의 미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전통의 미적 감각입니다. - 조각을 통해서 우리의 정서성과 민족성을 말하고 싶습니다. 굉장히 소중한 것임에도 화려하지 않기 때 문에 휙 지나가면 보이지 않는 작품들.... 그래서 오 랫동안 느끼려고 하고 잔잔하게 바라보면 점점 우러 나는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형태를 앞에 놓고 직접적으로 보면서 소조해 내던 내게 거꾸로 땅을 파들어 간다는 것은 그 동안 정확하게 대상을 바라보고 만들려면 보편적 인식을 배재함으로써 오히려 조각 지식에 대한 이탈적 행위로부터 시작하여 또 다른 조각방법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도된 형태의 구체성과 재료적 선택이며 그것을 꺼내서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인물작업에서는 원시적 형태를 지향함으로써 단순성을 추구하고 기술적이고 설명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절제함으로써 직관적 요소를 더 극대화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것은 무의식적이거나 심리적인 감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