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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 UR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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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allerymarie.org/korean/viewforum.php?f=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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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풍경
풍경은 사유한다
메를로 퐁티는 세잔Paul Cézanne과 클레Paul Klee와 같은 화가들의 그림과 재현 방식에 주목하였고 이를 자신의 철학과 연결하여 설명하였다. 광학의 원리를 통해 원근법의 맹점을 들어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가 상호 침투 속에서 서로의 일부가 되면서도 결코 자신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가역성으로 지각과 현상 세계를 설명하였다. 나와 세계 사이의 살la chair이라는 공통 요소를 통해 끊임없는 상호 주관적 얽힘과 교차가 전개되며, 그 과정에서 시각이나 청각, 촉각과 같은 종류의 지각이 형성된다는 것이 메를로 퐁티의 주장이다. 이는 장자의 장주지몽莊周之夢이 같은 맥락으로 “푸른 하늘을 응시하는 나는 푸른 하늘 앞에 있는 탈우주적인 주체가 아니고 나 자신을 푸른 하늘에 맡기는 신비 속에 빠져들며, 푸른 하늘은 <내 속에서 스스로 사유하며>, 나는 곧 하늘 자체가 된다.”라고 메를로 퐁티는 표현했다. 화가들은 메를로 퐁티의 이러한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풍경은 내 속에서 스스로를 반영하고, 스스로 인간화 하는 것”이며 우리가 자연을 존중할 때, 자연은 언제나 스스로 정리되어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장민숙이 긴 시간동안 바라보던 집들의 풍경은 그것들이 스스로 사유하며 장민숙은 곧 이 낱낱의 집들의 의식이 되어 화면 위에 자신의 신체를 통해 질료로서 재현되는 것이다.
또한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게 하는 것이다.”라는 클레Paul Klee의 말처럼 장민숙의 풍경화는 풍경화처럼 보이지 않는다. 도시의 산책자Flàneur가 되어 보았던 집들의 풍경을 사각형으로 조각내었다가 하나의 껍질에 융합되고 덮히게도 한다. 무작위로 배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신중하게 선택한 위치에 놓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한다. 장민숙의 집 이미지들은 인간이 말을 하며 소통하듯 자신들의 형태와 색채들을 갖고 서로의 존재감을 교환하며 이것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만들어낸 공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집의 풍경은 이렇게 스스로 사유하며 장민숙은 이 풍경의 의식이 되어 화면을 지배하는 것이다.
추상 충동
무엇이 재현을 약화시키고 이토록 추상성을 강화시키는 예술 의욕을 갖게 하는 것일까?
빌헬름 보링거Wilhelm Woringer는 이러한 의지를 추상 충동으로 설명한다. 추상 충동은 감정이입에 근거하지 않고, 따라서 자연을 모방하지도 않으며 예술은 마침내 자연과 대립한다. 추상은 자연스럽고 고요한 가능성이 깨질 때, 혼돈으로 빠질 때 혹은 비어있거나 만족을 깨트리거나, 의미 없는 것들이 내면으로 들어올 때 발생한다. 인간의 본능은 외부세계와 친화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정신적인 공포를 느끼고 있으며 그러한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구원과 해탈의 욕구로부터 추상 충동이 탄생하는 것이다. 추상 충동은 이렇듯 예술가가 외부 세계와 관계 맺지 못하고, 내적으로 고립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장민숙은 각각의 견고한 벽을 가진 집들의 골목골목을 오래도록 방황하며 헤맸다고 고백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내가 달랐기에 그 간극에서 오는 탈진과 상처가 오래 남았고 그것은 그의 그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많은 ‘나’중에서 ‘나’를 찾기 위해서 물리적 격리, 의도적 소외가 절실했으며 살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는 그렇게 그림을 핑계 삼아 집과 집들의 그 단단한 벽들을 촉각적으로 체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상과 세계를 대하는 개인적 통각apperception personnelle을 감각 속에 두고 그 통각을 지성으로 작품 속에 조직화 해내려는 장민숙의 길고 외로운 추상 충동의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 풍경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숭고_Sublime Square
대상의 묘사하기를 포기한 현대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 묘사할 수 없는 것을 보이게 하고 묘사하려는 태생적 모순을 갖고 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의 묘사를 아예 포기함으로써 언어나 그림으로 묘사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술가는 가시적인 것의 수수께끼를 탐구하는 자로서 사물의 외관이 아닌 그 외관이 출현하는 과정을 그려야 한다.
장민숙은 집의 풍경을 기하학에 근거한 원근법으로 재현하는 대신 집 풍경의 형식적인 원리에 유사한 구성을 만들어가는데 있어 그가 선택한 조형 언어는 다채로운 형태들을 사각이라는 하나의 조형 언어로 단순화시키는 것이었다. 집 풍경을 사각의 함축적 도상으로 표현함으로써 절대적 호소력을 갖게 된다. 거대한 그의 사각의 색풍경 앞에 서면 답답함이 목을 죌 때가 있다. 밀도 높은 색색의 사각 안에서 느끼는 고립과 숨막힘은 비극의 감정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작품의 색채 관계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즉, 미적으로 지각해야 할 그림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정서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사물’로서 기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숭고Sublime이다.
장민숙은 가시적인 것은 우주로부터 고립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며, 비가시적인 것에 더 큰 진리가 있다는 창조적 신조를 따르고 있고 자신의 그림에 담고 있다. 그의 ‘보이지 않는 풍경’은 그렇게 우리의 눈과 마음에 드는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숭고한 사각들로 현상 세계가 아닌 영원하고 절대적인 지향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의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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