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적 수상록을 쓰는 박상혁 작가
박상혁 : 소우주 Microcosmos
뉴스프리존 2023.04.05
 

회화적 수상록을 쓰는 박상혁 작가


21일까지 갤러리 마리 개인전... 매끈한 평면 MZ세대에 인기
알렉스 카츠,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세계 융합시켜 놓은 듯


박상혁 작가의 매끈한 표면처리는 알렉스 카츠를 연상시킨다. 원근 음영마저도 그리 중요치 않다. 그래서인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슈퍼플랫(Superflat)도 생각나게 만든다. 일본의 시각 예술, 애니메이션 등에서의 ‘평평한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어쨌건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 오는 요소들이다. 21일까지 갤러리 마리에서 열리는 박상혁 개인전은 이런 요소들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다.

작가는 영화나 광고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색의 대형 화면에 TV 화면구도 같이 대상을 배치하고 있다. 감상자를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다. 공간감이 제거된 단색 배경은 대상 너머의 본질적 세계를 유추하게 만든다. 작가의 분신 같은 네모 얼굴 ‘네모나네’ 인간은 곰인형과 함께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한 장면을 보는 듯하지만 왠지 인형들의 눈에선 불안감이 느껴진다. 같은 생명체로서의 동등감을 보여주면서도 문명의 화신인 인간의 개입으로 그리된 것 같다. 반대로 네모나네를 품고 있는 인형의 눈은 정겹고 편안하다. 자연과 하나되는 인간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네모나네 캐릭터를 만들었을 때 캐릭터의 외형뿐 아니라 성격, 특성,성별 등을 고민했었는데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건 어려울 뿐 아니라 어쩌면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인간은 성장하면서 학습하고 경험하면서 한 인간이 완성되어 가는데 캐릭터는 부여하는 것 이상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는 없죠. AI가 아니니까요. 이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해 내 자원을 써야만 했죠. 내 어린시절의 기억, 행복했던 순간, 경험으로 각인된 것들, 상상하는 모든 것을 끌어와서 네모나네를 표현하는데 내 자원의 일부가 아닌 모든 걸 사용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내 자원이 아닌 것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네모나네는 저의 부캐가 된 거예요. 부캐로 만든 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세계가 언제나 제 뒤를 따라오는 건 아니에요. 상상의 영역은 본체를 앞서기도 해요. 앞선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진 않지만 달리 다른 표현이 떠오르질 않네요. 이렇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내가 천착하는 어떤 주제가 있어서 그걸 매일 생각하고 몇 년 동안 여러 가지방식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는 어느새 그 상태가 되어 갑니다.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따라간다고 하는데 아마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마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목록에 있는 걸 하나씩 채워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구원이자 희망이지요.”

그에겐 동물의 옆구리나 다리 등 일부 부위를 부서지기 쉬운 소재인 솜이나 장난감 블록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다. 부조화와 거부감을 준다. 소모품으로서의 생명과 자연을 다루는 세태를 고발하는 모습이다.

단색조의 풍경도 예사롭지 않다. 직선적 구도와 직선길이 파고드는 모습은 아련하게 우리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끈다. 자연 속에 이입이 되고 스며드는 정경이다. 세부적인 형태는 사라지고 구상과 추상이 공존한다. 디테일은 없고 최소한의 묘사로 풍부한 시적 감흥을 불러 일으켜 사유의 공간을 무한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바람직한 관계성을 발현시키는 구조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원형구조의 집과 사각구조의 집을 보게 된다. 원형집은 문명의 세례를 덜 받은 곳에서 주로 볼 수 있다, 곡선이 자연이라면 직선은 문명이라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작가도 직선으로 인간문명을 비유한다 하겠다.

인간의 정체성도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환경의 산물이다. 색과 면으로 치환된 네모나네가 이를 형상화 한 것이다. 네모나네가 빙하가 녹아내리는 절벽 아래에 서있는 풍경에선 지구적 위기의 절박감이 느껴진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선 끊임없는 성실성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쉽게 이거다 저거다 결론짓는 일이야말로 인류역사에서 불행을 낳았다. 이념, 종교, 마녀사냥 등에서 보여진 인류의 어두운 그림자들이 그랬다. 작가의 성실한 작업 방식에서 ‘지구 수상록’을 기대케 된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기사출처  뉴스프리존 2023.04.05 →
관련전시  박상혁 《소우주 Microcosm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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