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뜨면 소설 같은 정치적 이슈와 충격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꽃피고 새 우는 그림 한 폭이 대체 무슨 소용 있으랴 마는, 김선형의 그림을 통해 나는 수많은 꿈을 꾸고 대하소설 같은 서사와 연애 시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서정을 느낀다. 때로는 현실보다 깊은 인간의 실존에 대한 질문과 자답을 하곤 한다.…” 한국화가 김선형(54·경인교대 교수)의 작품에 대한 한국화가 김백균 중앙대 교수의 평이다.
김선형 작가는 미술계 안팎에서 무엇보다 온갖 상상력을 자극하는 오묘한 푸른색, 쪽빛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마치 조선시대의 멋스러우며 격조 있는 청화백자의 푸른색을 불러내 화면 위에 가득 풀어낸 듯하다. 지난 십수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자신만의 영롱하고 차가운 듯하면서도 오히려 평안한 ‘김선형의 블루’다.
그 맑은 쪽빛으로 들풀과 꽃, 나무, 새 등을 응축시킨다. 실재하는 자연의 한 풍경, 가꿔진 정원 풍경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 상상 속의 정원이다.
김선형이 10년 넘게 매달리고 있는 시리즈 작품 ‘garden blue(가든 블루)’에선 누구나 마음을 위로 받고 쉴 수 있다. 나아가 팍팍한 세상살이에서 어떤 희망과 꿈을 갖게 한다.
김선형이 ‘가든 블루’라는 제목의 작품전을 갤러리 마리(서울 경희궁로)에서 4월28일까지 열고 있다. 30여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쪽빛, 블루는 경계선의 색, 들고 나는 문의 역할을 하는 색이죠. 밤이 가고 아침이 오는 새벽녘, 낮이 가고 저녁이 오는 저녁녘의 색, 어둠과 밝음의 경계에 있는 색입니다. 문화예술의 맥이 단절돼버린 조선의 미학, 조선인 마음을 상징하는 색으로도 봅니다. 조선 미학의 맥을 잇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죠.”
화면 구성이나 색감 등에서 그는 능동적·적극적인 자신의 색깔을 담아냄으로써 전통수묵의 현대적 계승을 이룬다. 화선지, 천 위에 자유분방하고 힘 있는 모필의 필획이 오롯이 드러나고, 번짐과 농담의 효과도 극적이다. 그의 작품이 차가운 듯하면서 따뜻하고, 이성적이면서 감성적이며, 서사적이며 서정적인 이유이다.
참, 그의 작품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보일 듯 말 듯 앉아 있다. 누군가는 마음껏 날지 못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또 누군가는 잠시 쉬고 있는 편안한 모습으로 해석한다. 당신은 그 쪽빛 새를 과연 어떻게 읽어낼까.